노나레

모둠초밥 2024. 9. 21. 02:35

"노나, 제가 못할것 같습니까?"

"모든게 처음인 사람이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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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저,
전부,
이 얄량한 자존심으로 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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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그것은 생명체가 아니다, 그렇다고 죽은것은 아니고. 그저 이야기를 서술하는 화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해설자.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존재. 그런 존재가 갑자기 오감을 가지게된 생명체가 된다면 어떠한가?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웠다. 생명체가 겪는것을 아무것도 해보지않았으니, 갑작스럽게 그 모든것을 해야한다 하였으니. 작가가 원망스럽고, 독자가 원망스럽고, 등장인물들이 원망스럽고,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지금도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얼굴이 가깝다. 노나와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침대에 앉아, 나에게 점점 다가온다. 매체에서 보는 덮쳐진다는 의미 같잖아. 나레이션일때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기만 했는데. 실제로 당하는것은... 당한다... 라고 할 수 있는건가? 내 의지인데? ..응. 그래. ...자존심 하나때문에. 나레이션일땐 자존심도 없었으면서.

...키스, 라는거. 해봤을리가 없다. 생명체가 하는 행동은 해본적이 없으니. 노나와 말로는 연인이라지만, 딱히 자각도 없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

점점 다가온다. 이젠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손은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감고 뒷통수를 받친다. 내 손은 그저 침대 시트를 꽉 붙들 뿐이었다. 눈을 질끈 감는다. 입술을 꽉 깨문다. 자존심에 비소를 지으며 덤빌 때 따윈 생각나지 않는다.

"나레이션. 입 벌리십쇼."

...아.

그 말 한마디에 눈이 뜨였다. 심장이 요동친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표정도 지켜지지 않는다. 긴장인건가? 무슨 감정이지? 두려움인가? 공포심? 눈앞엔 노나가 보일 뿐인데. 그저 노나가 한마디 했을 뿐인데. 나는 무슨 표정을 짓고있는거지? ....난, 지금 무슨짓을....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는다.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서로에 입술이 맞닿는다. 으븝. 짧은 신음을 흘린다. 자연스럽게 벌려진 입에 묵직한것이 들어온다. 노나의 뜬눈을 마주하곤 눈을 질끈 감는다. 이런 행위를 하는 노나를 볼 수 없다.그리 생각했다. 아.. 정신이 아득해진다, 머리가 헤롱이는 느낌이 들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연스럽게 노나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점점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렸다. 손은 다시 시트로, 침대 시트를 붙잡았다.

확실히 무언가 잘못됐다. 심장이 공명한다. 손으로 막힌 귀에서 요동치는 심장소리와 옅은 숨소리만이 들렸다.  몸이 뜨거워진다. 아... 덥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못했다. 혀가 밀고 들어온다.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강압적인 키스다. 몸이 뒤로 젖혀 침대에 누운 자세가 된것도 시간이 지나야 알았다. 입술이 떨어진 후, 내 위에 노나가 있는 구도가 되었다. 아, 이 자세 알아. 독자들이 참 좋아하는 자세던데. 내가 직접 할줄은... 옅은 숨을 내쉬며 노나를 바라보았다.

"나레이션, 지금 표정 정말 바보같습니다."

반박이라도 하고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있는거지? 다음부터 종이를 다시 붙이고 다니든 해야지. 왠지 짜증이 몰아쳤다. 입을 소매로 닦고 말을 꺼냈다.

"...뭐.. 이제 어떡할겁니까? 이 이상은 수위표에 어긋날텐데."

"나레이션 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메타적 발언이라니. 저도 더 이상 진도를 뺄 생각도 없습니다. 수위표에 어긋날 생각도 없고."

노나는 그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나가 비킨 후 나도 몸을 세워 침대에 앉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천천히 일어나십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레이션."

....자리를 떠나는 노나를 바라보았다. 하고싶은건 그런말이 아니었는데도. 생명체가 되니 거짓말도 할 줄 알게 됐나보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 하고 싶던 말은,

"....좋아합니다, 노나."

그저 그말을 작게 되새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