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뭐냐… 이건그… 그날.. 그날이다…

모둠초밥 2024. 6. 17. 13:27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조용한 시계 초침소리, 조용히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다른사람들에게는 아직은 찰 선선한 2월의 내음. 2월 15일. 여느때와 다름없는 6시 아침 어느날.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신다. 잠깐동안에 잡생각을 정리하고나서 침대에서 나온다. 시트, 이불, 배개. 순서대로 정리를 하고 씻고 나온다. 잠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다. 셔츠, 바지, 장갑, 넥타이, 베스트, 자켓, 구두, 마지막으로 모노클까지. 부스럭거리며 일을 할 채비를 한다. 평소와 다름 없는 아침과, 다름없는 업무량.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 어느날은 그냥 눈을 감으면 죽었으면 생각도했었다. 욕조의 물을 받고아가씨를 깨우러간다. “아가씨,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평소같은 알림과 그에 맞춰 일어나는 아가씨. 받아온 목욕물에 몸을 씻으시고 단장을 하시는것을 도와드린다. 이렇게 아침일정은 끝.

평소와 다를바 없는 업무. 아가씨에게 모든것에 맞춰져있는 모든 일정. 나 자신의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타인에게 있어서는 별거 아닐, 되려 사는것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나날.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조금 달랐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린시절, 그곳에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자가 지금의 아가씨니까.

“압생트, 나 필요한게 있어.” 평소와는 다른 명령. “나 기름이 필요해. 저택을 뒤덮을 정도로 많이.” 평소와는 이상한 명령. 의문이 들은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묻지는 않았다. 묻는것도 예의가 아니기에. 아가씨라면 무엇이든 뜻이 있었기에.  ”예, 공수해오겠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명령에 답변은 언제나 같은 답.

“아가씨, 공수해왔습니다.” 평소처럼 명령을 받들였다. “응, 잘했어. 그만가서 쉬고있어.” 아가씨에게 짧은 인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갔다. 방안에서도 떨칠 수 없는 불안함, 어쩌면 사실 알고있음에도 외면하고 있던 진실. 어쩌면 후자가 더 강했었을지도 모른다. 불암함을 떨치지 못한채 흘러들어온 것은 불에 타는 무언가와 여려 사람들ㅇ 부르짖는 비명소리.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외면하고 있던것이 맞았다. 떨쳐내자 못한 불안감과 외면하고 있던 진실, 알고있음에도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없을것이라는 무력감, 아무리 아가씨라도 그런짓을 저지르지 않을것이라는 안일함.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가씨의 대한 걱정. 다치지는 않으셨을지, 불길에 휩싸이지는 않으셨을지. 다른 누가 들으면 비웃음이나 받을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내 생에는 아가씨 뿐이었으니, 그럼에도 나는 아가씨의 도구일 뿐이었으니.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작은 희망도 이젠 사라지고 말았다. 어쩌면 말릴 수 있었을것이라 후회는했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에 순간.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보다 아가씨. 녹색불길을 뚫고 아가씨의 방에 도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은 들어맞듯 아가씨가 횃불을 들고 서있었다. “압생트.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외면하던 현실을 마주했다. 지금 돕지 않는다면, 나는. 나는.. 어찌 거역을 하는가? “..예, 아가씨.” 평소와 같은 답. “압생트. 네가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나를 대신해서 타르타로스의 가줘.” 평소와 같아야했던 명령. “잘못을 지은 죄인이 가는 곳이지만 말이야, 네 의지가 더욱 크다면 나를 대신해서 가는것 쯤은 쉬울거야. 너는 날 위한 존재니까. 그러니까 압생트. 내 명령이야. 절대적인 복종, 약속해줄거지?” …. “예, 아가씨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한치에 망설임도 없었다. 아가씨의 명이라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으니.

곧바로 온 타로타르스에 관리자들, 손목에 채워지는 은색 수갑. 아가씨를 바라봤다, 그 어느날보다 행복한 미소, 그것은 이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아가씨가 평생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했다.

“나중에 찾으러갈게. 반드시. 알았지? 내가 데리러 갈동안 무슨일이있어도 죽지마. 이건 명령이야 압생트.” 분홍빛 리본을 뿔에 묶어주며 하는말. 거짓이란것 쯤은 그 누고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명령이니. 그것이 아가씨의 명령이니.

당신의 명령이라면,

저는 그 무엇이든,

그 어떤 비윤리적인 일이라도,

당신의 집사인 저는,

당신의 도구인 저는,

이 녹색악마는,

저 압생트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