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칽진대를 하지않으면 못나가는 방
[진솔한 대화를 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합니다!]
남매의 눈앞에 있던 것은 하얀 문과 그 위에 적혀있는 글. "진솔한 대화를 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 레이몬드? 아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현의 눈치는 보지 않고 문을 철컥거리는 아원은 덤이었고. 아원의 움직임에도 문은 꿈쩍하지도 않았다. "비켜." 아현은 그리 말하고 아원이 비키는 것을 본 후 발로 문을 쾅, 쳤다. 반작용으로 인해 자신의 발목만 아팠지 성과는 전혀 없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서로 등을 보이고 앉은 상태, 꼴에 남매라고 서로 같은 생각만 했다. '정말 진솔한 대화를 해야 하는가?' 애초에 누가 보고 있는 이상 말이 안 되는 전제. 하지만 누군가 보고 있다면 가장 유력한 전제다. 현재 천장에 보이는 CCTV 하나. 누가 보아도 수상하지 않은가. 또한, 한 소설에 유명한 인물이 말했지 않은가? "불가능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진실이다" 정확히 둘은 믿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원이었다. 아현이 입을 열리는 없을뿐더러 진솔한 대화를 하려는 시도는 더더욱 하지 않을 터이니. 이런 아원의 생각은 배려였다. 자신도, 동생도 바쁘지 않은가? 또한 이렇게 시간을 죽이는 것은 좋지 않으니.
"현아,"
그다음 말을 뱉기 전에 아현은 입을 열었다.
"목적이 있어야 나랑 대화할 마음이 생기나 봐?"
그 말에 아원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원은 그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엔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게 무슨 뜻인가, 대화하지 않으려 한 건 네가 아닌가, 내가 언제부터 목적을 걸고 너와 대화하려 했는가, 그 외 등등. 입에 뱉지 못할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무리 배려를 하기 어려운 측에 속한다지만 옳고 그른 것 즈음은 구분할 수 있는 어른이다. 그러니 머릿속에 맴돈 수많은 말들을 뱉지 않았다. 너는 분명히 상처를 받을 터이니.
"그게 무슨 소리야 현아,"
그 기분은 가시지 않은 채 다시 시도를 했다. 그리고 방금 전과 똑같이 숨을 턱 막히게 돌아온 아현의 말은...
"누나가 언제 나한테 관심을 가진 적은 있어? 누나랑 헤어지고 나서 내가 누구랑 어디서 어떻게 뭘 하며 지냈는지는 알아?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왔는지 알아?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알아? 내가 그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알아? 내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10년이 넘도록 가슴속에 쌓여왔던 응어리들이 한 번에 펑. 하고 터졌다. 또박또박. 아원이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아현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 나갔다. 틈을 주지 않더라도 아원은 대답할 수 없었겠지. 그야, 그 질문 중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아원은 그저 그 말만 조용히 들을 뿐이다. 공허하게, 아현을 바라보며. 그 눈은 아현을 더욱 자극했다. 아원이 어떤 성격인지 어느 정도 아니까.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리 태연한 것을 보고 어떤 성격인지 잘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아원은 그런 사람이었다. 허나.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아현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동생에게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야만 하였는가? 아현의 머릿속에서 도출된 답은 아니. 말을 끝마치고 아현은 가쁜 숨을 쉬었다. 표정은 한대 치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가 누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냐고..."
울었다. 확실히 눈물을 내비쳤다. 아이처럼 엉엉 울진 않았지만 눈물이 고여 그것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아원의 표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현아, 그게-"
"그리고,"
또, 아현은 끝까지 아원에게 말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10년이 넘은 응어리는 아직 모두 토해내지 못했다. 아원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나도 몰라, 누나랑 헤어지고 나서 누나가 누구랑 어디서 어떻게 뭘 하며 지냈는지 몰라, 누나가 어떤 사람을 만나왔는지도 모르고 누나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그때 누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몰라."
눈물은 멈출 줄 모른다. 제 눈만 박박 닦을 뿐이다. 남매는 진솔한 대화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에는 서로가 너무 어렸다. 어머니가 죽었을 때는 아원과 아현의 압박감에 짓눌려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 이후는 아현의 일방적 절연. 둘이 다시 만난 낙원에서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현은 회피와 외면을 했고 아원은 그것을 배려해 주었다.
"누나가 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모른다고..."
아원은 가만히 듣다 마지막 말에 꽂혔다. "뭐?" 아원이 거의 유일히 당황한 말이었다. 동생을 왜 싫어하는가? 여태껏 울타리를 친 것도, 그 울타리를 없애준 것도 전부 아현을 배려해서 한 것인데, 내가 너를 싫어한다고?
"내가 너를 왜 싫어해?"
"그럼? 싫어하니까 나랑 대화 시도조차 안 한 거 아니야?"
"그때 네 나이 때 애들은 다 그러잖아. 사춘기인 줄 알았지."
"미쳤어? 무슨 헛소리야? 그 상황에서 사춘기가 말이야?"
아현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만 박박 닦았다. 계속 저러면 아플 텐데. 렌즈도 끼고 있는 애가. 아원은 그런 생각으로 아현에게 다가갔다. 이후 한 행동은 어린 동생을 꼬옥 안아준 것. 곧 서른. 스물아홉인 몸은, 어쩌면 정신까지 다 커버린 동생이다. 허나 그것이 누나에겐 문제가 될까. 아원에게 아현은 아직도 하교시간에 자신만 기다리 전 초등학생에 멈추어있었다. 안으며 언제 이렇게 컸을까, 괜스레 체감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가족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 하셔서, 그래도 알 수 있을 줄 알았어."
동생을 토닥였다. 그렇게 어렸던 동생을, 아직 너무나도 어린 동생을, 앞으로도 계속 어릴 것인 동생을. 누나는 그런 동생을 아껴야 했다. 아현은 아원을 안지도 못한 채 그저 훌쩍이고 눈물을 흘리기만을 반복했다.
"그럼, 누나는 아직도 나 좋아해?"
"당연하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현이 너인걸."
어린아이 같은 질문에 어른다운 말로 답했다. 아현은 아직 모든 응어리를 토해내지 못했다. 아원이 자신을 사랑한다지만, 자신이 누나를 그리도 사랑했었다지만,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였다. 아현은,
"...근데, 나는 더 이상 누나를 좋아하지 못할 거 같아."
더 이상 좋아하지 못한다. 가족일 수 없다. 아현이 좋아하는 것은 어릴 적 자신을 사랑해 주던 아원이지 현재에 아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같은 사람이라고? 그것이 싫었다. 나는 둘을 다르다 보는데, 타인들은 같은 사람으로 본다는 것이. 아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일 턴데, 그런 내가 그리 원망하는데, 칭찬하고 치켜세우는 타인들이 있다는 것이.
"그럴 수 있지, 사람 마음이 어떻게 마음대로 되겠어."
"누나 탓이 아닌 것도 결국 누나 탓으로 돌리게 돼, 평생 누나를 미워하고 원망하고만 싶어, 난 어떻게 해야 해?"
"넌 계속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면 돼. 네가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해."
아원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둘은 남매다. 아현, 레이몬드의 그냥 나를 미워해라라는 마인드는 아원도 똑같았다. 그것은 사랑하는 동생에게도 해당된다. 어쩌면 동새이기에 그랬을 수도 있고.
"...난 누나가 정말 싫어."
아현의 말을 끝으로 하얀 문이 덜컥 소리와 함께 끼익- 알아서 열렸다. 이것이 진솔한 대화인가? 아니, 그저 응어리를 풀기만 한 대화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문제가 될까. 그 응어리를 뱉었고 하지 못했던 대화를 끝냈다. 그럼에도 해답은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오답이 없더라도 이것은 오답이다. 아원은 몰라도 아현은 그리 생각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정답이란 존재하지 못했다. 아원이 일어났다. "나가자." 손을 내밀었다. 아현은 고민했다. 허나, 우리에게 정답이란 없다, 그저 오답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 손은 잡을 수 없다. 그 옳은 손이 필요했지만 잡지 않았다. 스스로 일어났다. 그것을 보고 아원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 또한 아현의 대한 배려라는 듯이.
진솔한 대화를 하면 나갈 수 있습니다. 누구의 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로의 기준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