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었다.....

모둠초밥 2024. 9. 2. 02:33

구름 한점 없고, 매미가 울고, 햇빛은 쨍쨍하고, 맑은 하늘의 여름. 2030년 8월 23일.

"봄봄씨, 우리 바다보러 갈래요? 할 얘기도 있고."

맑은 여름의 방과후. 내가 그토록 싫어한 네가 나에게 한 제안이었다.


"우와, 봄봄씨가 제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몰랐는걸요? 전 거절할줄 알았는데~"

참내, 얘가 뭐라는건지... 지가 말하곤 거절 할 줄 알았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어울려 주기로했다. 저 말하며 웃는 네 표정이 정말 싫다. 어떤 감정이 들어있는 지 모를 너의 그 표정이. 하나 확실했다. 너의 그 미소는 절대 순수한 행복의 표정이 아니라는것.

"뭐, 싫어? 네가 한 제안이잖아. 그리고 할 말도 있다며. 난 그냥..."
"흐응~ 그냥 뭐요? 왜요, 제가 같이 바다가자 해서 좋았어요? 응?"
"뭐,  뭐라는거야 이 멍청이가!! 아니거든?!"
"네네~ 빨게진 얼굴부터 가리고 아니라 하세요~"

잠깐 말 끝을 흐리고 딴곳 본것 뿐인데 또 히죽거리며 웃는다. 진짜 짜증나!! 이런 녀석이 뭐가 좋다고 여자애들이 붙는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저런 녀석이 정말 어디가 좋다고...



"다왔다. 예쁘지않아요? 제가 밤바다 정말 좋아하거든요."

바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서로 다른 파랑이 도화지를 물들여 조화를 이룬다. 그 위 하얀 달이 물결에 비추어져 반짝거렸다. 예쁘다. 진짜 예쁘다. 멍하니 바다를 보았다.

"어때요 봄봄씨? 저 어릴때 엄마랑 여기 자주 왔었거든요.  지금은 편찮으셔서 같이 못오지만.. 여기만 오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과거의 상처도, 미래의 걱정도, 모든게 잊혀지는 기분이에요. 신기하죠."

과거의 상처, 미래의 걱정.

그저 어리디 어렸던 13살의 그날,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부패와 폭력,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멍 자국들.

그 날을 다시 개워내는 고통을 잊을 수 있을것만 같았다. 어둠에도 움직이는 그 밤바다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가.

"봄봄씨. 가끔은 이런곳에 와서 숨 좀 트는게 좋아요. 평생 숨도 못쉬고 힘들게 살다 죽는건 억울하잖아요."

19살일 뿐인 너는 왜 이런 말을 하는걸까. 그저 학생일 뿐인 너는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걸까. 너의 상처는 무엇이었길래. 너의 그날엔 무슨 일이 있었길래.

"뭐어- 바다보단 하늘이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하아? 갑자기 무슨 하늘 얘기야? 계속 바다 얘기해놓고."
"하하, 별 다른 이유는 없어요. 바다는 무언가의 영향을 받아야만 반짝이고 아름답잖아요. 하지만 하늘은, 존재 자체로 맑고 반짝이고, 아름다우니까요. 그래서 저는 하늘이 더 좋아요."

정말이지.. 뜬금 없는 녀석이다. 짜증나. ...그래도. 이 바다에 데려온건 고마우니. 토는 안달 생각이었다.

"아, 나한테 할 말 있다 하지 않았냐? 빨리 말해. 집갈래."

까먹을 뻔했다. 할 말 들으려고 수락한거니까. 잊혀지고 자시고다. 빨리 듣고 집갈래.

"아 맞다, 그랬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펑-

...어라. 불꽃놀이다. ..폭죽때문에 목소리가 안들려. 무슨 말을 했던거야?

"-고요."
"....뭐? 폭죽 때문에 못들었어. 다시 말해."
"엑. 제가 왜요? 싫은걸요~ 봄봄씨가 못들은걸 왜 다시 말해야 한담."

뭐? 짜증나! 일어나지 말라고! 나 아직 못들었어! ....라고 해봤자 듣지도 않을 녀석이다. ...짜증나는 녀석.

"그나저나 이런 여름에 불꽃놀이라니~ 낭만적이네요. 바다에서 보는 불꽃놀이라. 뭔가 애인끼리 하는 놀이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애인이라니!! 헛소리하지마!! 너같은건 싫거든!!"

아. 괜시리 오버해서 짜증내버렸다. 아니, 애초에 계속 이상한 소리하는 네 잘못이잖아..

"...그래요. 누군 당신 좋대요? 그리고 난 우리가 애인이라고 한적 없는데."

...뭐야. 분위기 이상해. 평소보다 좀 더 실망했다는 저 분위기는 뭐야? 니가 뭘 잘했다고?

"자아, 이제가요. 더 있다 별 말 다하겠다. 일어나요. 바래다 줄게요."
"...응."

돌아가는길은 웬지 어색했다. 네가 전한, 나에겐 전해지지 못한 그 문장이, 너의 그 표정이,  ...그래, 그만 생각하기로했다.


구름 한점 없고, 매미가 울고, 달빛은 은은하고, 맑은 하늘의 여름. 2030년 8월 23일.

"봄봄씨, 우리 다음에도 바다보러 갈래요? 이렇게 단 둘이."

맑은 여름의 밤. 내가 그토록 싫어한 네가 나에게 한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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