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 타닥.
별 조차 보이지 않는 늦은 밤, 사무실에 조용히 키보드 소리만 울려퍼진다. 문 앞에 적혀있는 사회부. 그 문 넘어에는 단 두 사람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끄응- 소리를 내며 김소범이 지쳤다는 듯 기지개를 폈다. 끼익 끼익, 하나의 키보드 소리가 멈춰들고 의자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소리가 거슬린 듯 나머지 하나의 키보드 소리 조차 뚝 멈추었다. 아현은 눈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
"말 걸지 마라."
"아니 제 말 좀 들어봐요 선배."
"닥쳐 김소범....."
"제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요?"
"네가 말하는것 중에 쓸모 있는 말이 있었냐? 일이나 해."
김소범의 페이스의 휘말린듯 둘은 평소같은 만담을 이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아현. 한숨을 쉬곤 입을 다물었다, 사무실에선 다시 키보드 소리가 울려퍼졌다.
"있잖아요,"
"내가 일하라 했다...."
아현의 말에도 불구하고 김소범은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가 이런 기사 쓰는거, 의미가 있어요?"
그 말은 아현의 키보드 소리를 멈추게 했다.
"제가 아무리 입사한지 3년 밖에 안됐다지만, 좀 회의감 들어서요. 죄다 싸움만 일으키는 주제잖아요? 그 기사들에서 괴로운 피해자들도 나오잖아요. 전 제가 쓰면서도-"
"...소범아,"
"네?"
아현은 찰나의 고민을 하곤 의자를 돌려 김소범을 마주봤다.
"네가 여기 입사한 이유가 뭐야?"
"기....자가 하고 싶어서?"
"아니, 수많은 회사 사이에서 한시일보를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
"....돈이 필요해서요. 여기가 다른 회사들 보다 돈 잘준다길래..."
김소범은 머쓱하게 딴곳만 헤집어봤다. 그것이 부끄러운 이유라는듯이. 아현은 그 말에 짧은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다 똑같아. 여기 입사한 사람들."
"네?"
"우리 부모님 군인이셨어. ....누..나는 의사고."
"저기 예인이는 언니가 아이돌이야, 성한선배는 아내분이 경찰이시고, 신하씨는 부모님이 정치하셔. 부장님 따님분은 대기업 다니시고, 꽤 높은 직책에 계시대. 그리고, 너희 어머니 편찮으시잖아?"
".....선배가 그걸 다 어떻게 알아요?"
"정보수집은 기자의 기본이지."
톡, 톡. 아현은 의미없이 엔터키만 눌러댔다. 사무실엔 같은 음정에 키보드 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 부서 사람 가족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우리 부서의 먹잇감이라는거야. 군인도, 의사도, 정치인도, 경찰도. 하물며 대기업 직원이나 아이돌, 희귀병 환자마저 말이야. 우리가 쏘는 화살은 언제나 우리에게 향해있는게 당연하거든."
김소범은 눈을 끔뻑였다. 조금 머쓱한 듯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딴 곳을 볼 뿐이었다. 톡톡, 키보드 소리는 일정한 소리로 계속 들려왔다.
"소범아 이쪽으로 의자 끌고 와 봐."
아현의 말에 김소범은 의자를 끌고 아현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러곤 아현의 시선을 따라 바라봤다. 그것은 컴퓨터 모니터. 아현은 그 모니터에 여러 글자들을 적어내려갔다.
"사람마다 기승전결이란게 있어. 인생은 기로 시작해서 승 과 전이 반복되다 결로 끝나거든. 그러니까, 인간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는거야."
"그거 정도는 저도 알거든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적는거야. 이야기의, 조금에 MSG도 없으면 재미 없잖아? 이야기는 꼭 거짓말이 들어갈 수 밖에 없거든."
"그치만 저희는 기자잖아요."
"그게 왜? 문제가 돼?"
"네?"
김소범의 어이없다는 표정에 아현은 한숨으로 답했다. 사무실은 아현의 키보드 소리 외엔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그 정적을 깬건 아현이었다.
"사람은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원동력이 필요해. 가족이나 연인에게서 나오는 사랑, 좋지 않은 방식이라도 분비되는 도파민, 혐오하는 타인에게 느끼는 원망. 그외 등등. 사람은 원동력이 없으면 여러 승과 절없이 결을 맞이해. 죽어버린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여기 회사 사람들의 원동력이 뭔지 알아?"
"뭔데요?"
"네 입으로 말했잖아. 돈이라고."
"기자가, 우리가, 겨냥하고 있는 먹잇감들엔 언제나 우리가 있어. 우리가 쏜 활은 언젠가 반드시 우리에게 향할거야. 우리도 만만치 않게 어두운 이야기잖아?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활을 쏘는 이유는, 우리의 원동력이 돈이라서인거야."
김소범은 아현을 바라봤다. 모니터만 보며 키보드만 두드리는 아현의 표정은 평소와 같으면서도 지쳐보였다. 일에 찌든 직장인이 아닌, 일이 끝나면 곧 죽을 사람처럼. 부정적인 여러 감정들을 꾹꾹 눌러 속에 억누르고 있는 사람처럼.
"언젠간 우리의 가족이 먹잇감이 될지 몰라, 우린 분명 다른 회사의 먹잇감이 될거야. 우리도 똑같이 할거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써. 나만 잘 살면 되잖아?"
".....선배, 엄청 위험한 사상인거 알아요? 그정도면 정신병이에요."
"너도 여기서 8년 일해봐라 정신병이 걸리나 안걸리나."
아현은 컨트롤 에스를 누르고는 끄응- 기지개를 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긴다.
"엥. 어디가요?"
"퇴근하는데?"
"네?"
"난 작업 다했거든."
"네?"
"그러게 누가 딴짓하래?"
"아니 싸패 아냐 이사람!! 선배가 계속 말걸었잖아요!! 선배 사상 진짜 위험한거 아시죠??"
"어 그래 알아. 그래도 바꿀 생각 없어. 불 잘끄고, 문 잘 닫고가라. 아침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