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느여서 줍니다.............(총괄님:뭐죠?) 혹시 몰라 언급, CP성 절대X NCP O. 김제혁 싸운 잘하냐?!!?! 응 ㅈㄴ 잘하지 제혁군 남친 잘챙기시기바랍니다.(NTR 발언XX 유공아 사랑한다 전 제혁B라거 생각해요 고정충 모드 on)
오래 살고 볼일이었다. 신분제가 폐지될 징조는 슬슬 보여서 짐작은 했지만, 암묵적인 신분은 유지되어 왔다. 그러니 이렇게 편하게 사는 거고. ~동 어쩌고로 이곳이 놔뉠줄은 몰랐다. 알았으면 준비라도 했겠지. 아~ 대표라는 사람한테 걸리면 피곤할 것 같은데.
취임식은 꽤나 정성이었다. 이 정도로 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인가? 뭐.. 중요하긴 하겠지. 눈에 띄고 싶진 않았는데. 귀빈석에 앉으라니 앉아야지 뭐. 생각보다 더 진지하고, 더욱 무거웠다. 저기 올라가 있는 사람이 B동 대표. 그러니 나는 이곳 소속이라는 거지. 취임식도 끝났으니 이제 이곳에 있을 이유조차 없다. 이렇게 된 거 이젠 정말 조용히....
"그동안 당신이 쭉 갑 아니었나요? 이거 내가 갑을 해도 모르겠네~"
능글거리는 미소, 멀대 같은 키. 여유롭다는 말투. 멋모르는 애들이 보면 분명 확신의 군주감이다. 허나, 정말로 군주로써 자리 잡아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경직된 몸동작, 꽉 진 주먹. 분명히 긴장했다. 확실히 어린놈이 이런 큰 책임을 가지는 것에 긴장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 네가 이러는 것도 당연히 이해한다. 그러면서 수평심은 꽤 잘 유지하네. 멋있네, 멋있어.
"하하! 걱정 마요, 난 그렇게 갑을 신경 안 쓰거든요. 갑작스럽긴 하지만~ 뭐, 굴러들어 온 돌이 이렇게나 큰데 박혀있는 돌이 나가야죠!"
너스레 웃는다. 갑을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이다. 그래도 뒷말은 진실이었다. 굴러 들어온 돌이 이렇게나 큰데 어찌 계속 박혀있을 수 있나? 그리고 뭐, 이 생활에 질렸다. 지루하고, 재미없다. 그 사이 네가 나에게 왔다. 새로운 경험을 시켜준다. 지금 상황이 참 재밌어. 그러니, 이 상황에 어울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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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하진 않았다. 내가 월급쟁이나 하려고 여기 들어온 건 아니니 말이야. 그저 재미였다. 심심하니까. 그 많은 돈과 지위만으로는 지루하니까. 그러니 저것들과 어울리면 조금은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대충 해도 성과는 잘 나오는데 굳이 일 벌리며 열심히 할 이유가 왜 있어? 이런 것을 재능이라 하지. 당신도 나한테 뭐라 하진 못할 거잖아? 아직도 이곳에 나의 권력은 남아있고, 나는 이곳에서 꽤나 에이스니까. 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에게 당신이 어떤 말을 하겠는가. 뭐, 그래도 심심하니까. 당신의 얘기를 잠깐 들어주기로 했다. 막 취임된 대표의 고민이라니, 이보다 자극적인 가십거리가 어디 있겠어?
"당신이 대표하실래요?"
...음? 이게 무슨 소리야? 확실히 미숙할 시기이다. 많이 바쁘고 서투를 시기다. 그치만 이 정도로 말할 정도냐고. 난 이미 권력 따위 내다 버리려 한지 오래인데. 헛소리도 정도껏이지... 내가 뭐가 좋다고 이런 힘든 일을 하겠어? 나는 편하게 살면서 재미를 느끼고 싶은 걸. 그러니 당신의 제안... 헛소리는 넘겨버린다. 하지만. 당신의 옆에 서는 것은 꽤나 재밌겠지.
" 전 이게 아니라도 바쁜 몸이라서요~ 그건 못하겠는 걸요? ...도와드릴 수는 있는데. 하지만,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죠. 나랑 계약하나 해요. 그러면... 비서까지는 아니고, 당신이 실세를 잡게 해 줄게요."
당신에게는 확실히 달콤한 제안이겠지. 아직 자리 잡기엔 먼 자리에서 진짜 실세가 그것을 넘겨주는 거다. 편하고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법.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서 그 누가 이것을 거절하겠는가. 아무리 영리한 아이더라도 이 상황에서 이것을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헛웃음을 흘린다. 그래, 터무니없는 소리겠지. 하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잖아, 내가 당신과 맞먹을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더라도 지금 가장 필요한 제안일 텐데. 현실을 봐야지.
"그거 참 고맙네요."
"별말씀을."
"배신하면 쇠사슬로 묶어서 바다에 던져버릴 거예요."
확실히, 나를 믿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뭐 어떡하겠어, 빨리 자리 잡고 다 쓸어버려야지. 당신은 이곳에 대표잖아. 능력이든, 물리든, 권력이든 일단 간신배들을 눌러야 뭐든 하지 않겠어? 내가 당신과 맞먹는 것쯤은 감수해야지.
"무서운 얘기 참 잘하네요. 뭐, 배신할 일은 없을 거예요. 쇠사슬에 묶여서 바다에 가라앉는 취미는 없어서. 일단... 내 권력을 당신에게 넘겨줄게요. 당신을 위해 쓴다는 소리예요. 나는 이런 권력놀이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질렸단 말이에요. 지루하고, 재미없어요. 그러니 이제 진정한 실세에게 넘기고 물러나야죠."
"....할거면 제대로 하세요."
당신과 시선을 응시한다. 눈을 마주 본다. 무해하다는 묘정을 한껏 내비친다. 아무리 나의 의도를 알더라도 조금의 신뢰는 있어야지. 나는 당신과 맞먹는 것 이상은 할 생각이 없다. 내가 왜 그러겠어. 당신의 자리를 탐할 생각은 없다. 권력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진실이니까. 당신과 동등한 위치인 것만으로도 얼마나 재밌겠어.
"네네~ 알겠어요. 일단 계약사항이나 적자고요."
"그럼, 나 먼저 제안할게요."
"첫 번째, 자리가 잡힐 동안 지분을 7대 3으로 나눠요. 물론 당신이 7할이고요. 두 번째, 내가 하는 일에는 절대 관여하지 마요. 원래 권력은 뒤에서 나오는 법. 당신의 권력에 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세 번째, 우리 끼리는 상호존중하며 살아요. 내가 이렇게나 많이 도와주잖아요?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평생계약인 걸로. 어때요? 이제 당신이 제안할 차례예요. 원하는 거 있어요?"
"내가 언제까지 살아있을 줄 알고..."
당신이 중얼거렸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거의 영생을 살다시피 한 나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이해 따위 되지 않는다. 당신도 결국엔 내 인생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니까. 당신이 언제 죽든, 언제까지 살아있든, 내 알바는 아니다.
"음, 배신하면 참수예요."
"거 정말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잘한다니까. 배신할 일 없다니까요? 사람을 뭘로 보는 거예요?"
그래, 못 믿을만하다. 지금 제안은 나중에 가서 후회를 할지 모르니.
"...한가지 조항을 추가해요. 당신이 제안한 모든 조항을 받아들일게요. 대신, 이 안전지대가 망하기 전까지 제 뒤에 올. 이 자리에 앉을 모든 사람들에게 이것과 같은 계약내용을 적용해 주세요."
...아? 저게 무슨 소리인지. 꽤나 이기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당신은, 진심으로 이곳을 걱정했다. ...아아, 진심인가? 어떡해, 너무 좋아. 즐거워, 정말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욱 흥미로웠다. 그래, 당신이 괜히 이곳에 대표가 아니겠어.
"좋아요! 그럼 잠시만요, 여기 계약서요. 여기랑 여기에 사인하면 돼요. 펜은 여기 있어요."
당신에게 펜을 내밀었다. 당신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만큼 고민했다는 것이겠지. 미소를 짓는다. 당신에게 무해하다는 것처럼. 그것을 보고 사인을 해 건넨다. 이제 이 계약은 성사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어쩔 수 없겠지. 애초에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야.
"....죽지 마세요."
당신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죽지 마세요, 처음 듣는 말이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신이 나에게 처음 말했다. ...기분이 묘하네. 이런 말을 듣는다니. 그래, 당신은 내가 죽지 못해 산다는 것을 모를 테니, 이런 말을 하는 거겠지. 그뿐이겠지. 당신도 나처럼 상대를 도구로 보는 것뿐일 테니.
"안전지대가 망하더라도 안 죽으니 걱정 마요."
응, 나는 죽지 못해 산다. 안전지대가 망하더라도 죽지 못해 살 것이다. 당신이 하는 말은 죽지 못해 지킬 것이다.
"하하. 하아...... 그럼 좋고요. 벌써 은퇴하고 싶다..."
"벌써 하면 재미없죠~"
"맞아, 제가 당신을 어떻게 부르면 좋겠어요?"
"....음, 형 어때요?(^^)"
"헛소리하지 마요 조상님이라 부르기 전에."
"알았어요~ 그냥 이름으로 불러요, 단 둘이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 앞에 선 존칭은 쓰지 말고. 우리도 갑을이 있다는 건 알려야 하니까요. 우리끼리 갑을이 있겠냐만은."
"...좋아요, 빌리버.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래요, 저도 잘 부탁해요,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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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면 떠날 거죠."
또 헛소리한다. 눈을 끔뻑인다. 우울하면 이런 말을 하더라. 내가 질릴 일이 어디 있겠어. 대표와 동등한 위치와 같은데 내가 왜 질리겠는가. ...당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싫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 싫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보통이잖아요."
음~ 눈을 데굴 굴리고 당신의 이마를 딱콩 친다. 당신은 이마를 부여잡고 나를 바라본다.
".....??....???.???...?"
"그럴 일 없어요~ 계약 사항에 안전지대가 망할 때까지로 했잖아요, 질릴 일도 없을 거고~ 질려도 안 떠날 거예요. 걱정 말고 빨리 일이나 해요."
"...당신이 비서 해주면 안 돼요?"
"응, 안 돼요. 내가 높은 자리에 있으면 당신이 바지대표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걸요. 그냥 일개직원 시켜주세요~"
사실 일하기 싫은 거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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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제혁 씨와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아, 언젠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당신이 그 아이의 이름을 입에서 뱉을 때부터. 정작 들어보니 조금 묘한걸. 당신은 분명 그 아이의 손을 들어주겠지. 나도 알고 있다. 그 아이는 죄가 없다. 내가 그 아이의 마지막을 가져간 것도, 그 아이를 망쳤다는 것도, 결국 모두 나의 죄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당신은 그 아이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 아이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나 믿어요?"
"...노력은 하고 있어요."
결국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응, 믿지 마. 나를 믿어봤자 좋을 것 하나 없으니. 애초에 혼자 믿고 혼자 상처받는 것을 보기 싫어.
"나 믿지 마요. 제혁군 말만 믿어요. ...우리, 그냥 비지니스 관계잖아요. 믿지 마요, 정들어."
"... 이제 와서?"
"이제와서 라뇨, 난 믿으라 한적 없는걸요. 우리는 딱 이 거리가 좋아요. 더 이상은 서로 곤란할 거예요."
곤란할 것이다. 당신은 상처를 받을 것이다. 나는 당신의 생각보다 더욱 거짓되고 추악한 사람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당신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왠지, 당신만큼은 상처받게 하기 싫었다.
".... 나가."
"그럼 나중에 봬요."
슬 웃는다. 당신을 보며. 이래야 당신이 나에게 정을 떼지. 조용히 문을 닫는다. 안에서는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자식농사 다 망쳤네 이거. 나중에 따로 사과라도 해야 하나. 이제 어떡지... ....에라 모르겠다. 이미 계약했는 데 어떻게든 되겠지. 자기가 무슨 권한으로 파기를 하겠어? 상호존중하기로 했잖아. 계약은 계약이지. ...아, 기분 이상해. 이게 대체 무슨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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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키운 정이 있는데. ...정이 있으면 안 되는데도. 아니, 지금 내가 뭐 하는 짓이지. 왜 내가 대표실 앞에 있는 거지. 그것도 간식을 들고! 하 미치겠네... 정신 차려보니 사과를 하러 온 거라고. 내가 왜? 어째서? ...그래, 온 김에 사과라도 해봐야지.
"...대표님, 이거 드세요. 그리고 그땐-"
"필요 없어."
당신은 건넨 간식을 던진다. 하, 이게 무슨. 나랑 장난쳐? 계약 내용 잊은 거야? 진짜 자식농사 다 망했네~!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헌신했는데. 모두 당신을 위한 말이었는데. 이렇게 나오면 나도 꽤 기분 나쁜데.
"정말이지... 어린애처럼 굴지 말아 줄래요? 계약내용 잊었어요? 내가 미안해요. 나랑 비지니스 이상으로 가까워져 봤자 좋을 것 없어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당장 꺼져, 내 눈앞에서 사라져."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던진다. 잠깐, 위험하잖아! 이러기 있냐고! 미치겠네 진짜. 그래, 나간다 나가. 진짜 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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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나 지났다. 아 젠장~ 무슨 감정인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죄책감? 자책? 하?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죄책감을 가진다고? 내가 양심을 찔린다고? 헛소리야. 말도 안 되잖아. 죄책감을 느낀 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내가 그걸 버린 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아~! 말도 안 돼~! 자식 농사 망친 걸 넘어서 타인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몇백, 몇천 년 만에 죄책감을 느낀 기분이 어떻냐고? 미쳐버리겠네 진짜~!! 이럴 수는 없잖아. 이럴 리 없잖아. 거짓말이야. 내가 왜 비지니스일 뿐인 당신에게 자책을 해. 보통 이런 건 소중한 사람과 닮아서 느끼는 게 클리셰 아니야? 당신은 캐리처럼 당돌하고 밝지도 않았고, 라파엘라처럼 다정하지도 않았고, 리버처럼 나를 위한 인생을 살지도 않았다. ...그럼 왜? 왜 당신한테 죄책감을 가져? 아니 이상하잖아. 이건 이상하잖아. 당신이 나에게 무슨 존재였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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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버. 오늘 회의, 따라와요."
".... 네?"
잠깐, 잠깐,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가 내가 왜 가야 하는데, 제혁군 데려가면 되잖아?! 내가 왜 가요??? 아 젠장~! 내가 왜 대표들 회의하는데 가야 하냐고~! 당신이랑도 어색하고 애초에 다른 동 대표들이랑 엮이고 싶지 않은데?? 정상이 없잖아 그 놈들 중에서!! ...정신 차려보니 회의실이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왜 여기 있지. 그냥 가시방석이잖아. 아니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아... 달링 옆에 붙어있어야지... 아주 그냥 싸운다. 이게 회의냐 개싸움장이지.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평소였으면 이기는 팀 우리 팀이라 했을 텐데... 아... 양심통 와... 지금 예민한 게 나 때문이잖아... 아... 양심 찔리는데 나 집 가면 안 되나요...
...드디어 끝났다. 아니, 애초에 끝인 건가? 회의도 안 했잖아. 그냥 싸우다가 끝났잖아. 그니까 나 때문인 거잖아. 아~ 미치겠네~!! 양심 아파... 아니 나한테 양심이 있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어...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당신과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분 풀 겸 드라이브 갈까요?"
"싫... ...."
거절할 줄 알았는데. 기분이 나쁜 것도 나 때문 일 텐데. 당신은 머리를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고 싶은 곳 있어요?"
"...벽 쪽으로요."
"네, 그럼 안전벨트 매요."
바다 같은 곳일 줄 알았는데. 벽 쪽이라니. 의외였다. 당신은 그저 창 밖만 바라봤다.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나도 조용히 운전만 했다. 지금 입을 열어봤자 할 말도 없고, 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을 테니.
"도착했어요. 내리세요."
정적 속 나온 한마디. 꼭 필요한 말. 당신은 그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내렸다. 그리곤 벽을 바라보다... ...벽을 오르려 해? 미친 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당신을 붙잡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몸이 먼저 나갔다. 두려움이었다. 저 밖은 너무 위험하다. 당신같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위험해.
"뭐 하는 거예요!!"
급하게 외쳤다. 가지 마, 미쳤어? 당신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나로 인해 주변 사람이 잃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어. 보고 싶지 않아. 다, 전부 다, 나 때문인 게 되잖아...
"뭘 하긴요? 올라가려는 거잖아요."
"그걸 몰라서 물어요?! 위험하게 무슨 짓이에요!! 내려와요!!"
당신은 나를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위험할 것 같냐는 듯이. 그에 대한 답은... 응, 위험할 것 같아. 당신이 걱정 돼.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 내가 당신과 얼마만큼에 세월을 가졌는데, 당신을 자식처럼.... 나를 응시한 당신은 나를 그림자로 감쌌다. 그리곤 벽을 올랐다.... 어? 이게 뭐 하는 거야? 잠깐, 왜 나까지 데리고 올라가는 건데? 크게 당황한 걸까, 말도 나오지 않아 조용히 끌려나갔다. 벽 위에 나를 내려놓고 조금 거리를 두어 걸터앉았다. 안전지대에 외부가 보인다. 황폐했다. 다른 세계처럼, 너무나도 황폐했다. 그런데 그곳이, 무언가를 안심시킨 걸까.
"...당신은, 제가 명령하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어요?"
당신은 외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선체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답을 원하는지는 안다.
"무슨 답을 원해요?"
"알지 않나."
그래, 잘 알지. 잘 안다. 당신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
"좋아요, 죽으라는 말 빼고 전부. 당신이 말했잖아요. 죽지 말라고."
죽지 못해 산다, 죽지 못해 계약을 지킨다. 당신이 말해줬잖아. 죽지 말라고. 그 말이 나에게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 ...바보같아.
"그럼, 나가게 해 줄 수 있어요?"
"...나가고 싶어요? 잠깐은 나도 좋은데."
당신은 말없이 입을 닫고 있었다. 나도 당신이 답을 할 때까지 가만히 지켜봤다. 나가고 싶다는 것이 진심이라면, 당신이 대표를 관둔다 해도, 나는 당신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해줄 것이다.
".... 네."
나지막한 목소리로 당신이 말했다. 그래, 그것이 당신의 진심이라면야.
"좋아요, 마실이나 다녀오죠!"
당신을 들고 외부로 내려간다. 누군가에게 들켜도 뭐 어쩌겠나. 대표가 나가겠다는데. 나, 당신을 위해 거의 쓰지 않는 날개도 쓰는데. 이 정도 헌신했으면 좀 봐주지.
밖에 내려주자마자, 당신은 전력으로 뛰어갔다. 그럴 줄 알았어. 당신의 생각 정도는 얼마든 읽을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나도 당신을 따라 달렸다. 당신은 괴물들을 때려잡는다. 분명한 화풀이였다. 그것을 보니 가슴이 지끈거린다. 조금 떨어져 당신을 본다. 지금은 내가 나서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잠깐 말려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굳이겠지. 지금은 말 걸 상태가 아닐 테다.
한참이 지났다. 당신은 진정이 된 듯 숨을 고르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렇게 깔끔을 떠는 사람이 온몸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그대로 집 가면 그쪽 애인 녀석이 걱정... 할거 같은데요. 손수건을 꺼내 당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준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 마냥. 아니, 애초에 당신은 어린애였어. 그런 당신을 내가 키웠어.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니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얌전히 닦인다.
"나한텐 아직 어린애라니까 그러네."
당신은 형체도 남지 않은 괴물들의 시체를 바라봤다.
"당신은, 신이 있다고 믿으세요?"
"당연한 소릴. 안 믿었으면 내가 이런 걸 들고 다니겠어요?"
당신에게 목걸이를 보여준다. 당신은 그 목걸이를 응시한다.
"신은... 저희가 행복하길 바랄 거 같아요?"
당신이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뭘까. 무슨 의미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모르겠네요. 시련을 주는 걸 보면 원망스럽더라도 그 시련을 밟고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신의 뜻 아닐까요? 뭐, 난 그렇게 생각해요."
"더 나은 삶...? 하. ...신의 뜻이 그런 거라면 저는..."
당신은 그다음 말을 잇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분명 이유가 있겠지. 당신이 말을 잇지 않는 이유가 있겠지. 그러니 그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당신에 대한 예의 아닐까.
"신을 믿고 안 믿고는 자유고- 신이 월하든 살아가는 건
나에요. .. 신같은거 믿지 마요.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해 간다고 생각하자고요."
당신은 신을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망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집에 갈까요?"
당신은 자리를 일어나 몸을 슬 턴다. 그리고 안전지대와 무법지대를 번갈이가며 바라봤다. 그에 나는 평소와 같은 미소로 응답할 뿐이었다. 그런 나를 힐긋 보곤 안전지대로 걸어간다.
"나중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갈 거예요."
"예예~ 그때도 같이 가죠 뭐."
...화 풀렸구나. 당신과 몇십 년을 같이 지냈는데 이런 것 하나 눈치채지 못할 리가.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죄책감이 조금은 사라졌다.
"가는 길에 과자라도 사드릴까요?"
이쯤이면 농담 따먹기 하나는 해도 되겠지 분위기도 풀 겸. ...아야. ..아야? 지금 이마에 딱밤 때린 거야? 아, 설마. 그 옛날 일을 품고 있던 거야?
"...아 유치해 진짜!!"
"어린애라면서요? 유치해도 어른이 봐줘야지."
"설마 그거 품고 있었어요? 내가 어린애라 했다고?"
"아뇨, 뭐."
아뇨는 무슨 품고 있잖아. 누가 봐도 품고 있는 거잖아. 그렇게 대답하면 신뢰가 안 가는데?.... 당신은 못 이기겠다. 하, 옅은 웃음만 나온다. 이런 일상이 좋았다. 당신과 함께한 그 시간이 좋았다. 이것이 무슨 감정인지, 조금은 생각이 들었다. 원치 않았지만, 이럴 생각도 없었지만, 그깟 몇십 년 함께한 게 다였지만, 어째서인지, 무엇 때문인지, 왜인지. 당신만 보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것을 긍정할 생각도, 인정할 마음도 없다. 평생을 걸쳐 부정할 것이고, 그저 당신을 재미로 볼 것이라 할 것이지. 마음을 열 생각도 없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조금은, 나쁘지 않지 않을까.... 정말 바보 같은 감정이야.